LIG아큐버, 5G의 통신에서 AI·방산까지 통신장비의 숨은 강자

낯선 이름 뒤에 숨겨진 25년의 역사

"LIG아큐버"라는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신다면, 전혀 이상한 게 아닙니다. 이 회사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노와이어리스"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니까요.

LIG아큐버는 2000년 9월 27일에 설립된 회사로, 무선통신 시험·계측기 및 이동통신 소형기지국 스몰셀(Small Cell)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설립 초기부터 이 회사의 방향은 명확했습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통화하고 데이터를 쓸 때 "망이 잘 터지나요?"를 확인하고 측정하는 장비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이동통신망의 품질을 검사하는 '검진 장비'를 만드는 전문 기업입니다.

국내 최초로 무선망 최적화 장비를 만들었으며, 2005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었습니다. 이후 2010년대에는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며 세계 주요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해 나갔습니다. 

일본 COUEI와 합작하여 해외 브랜드 'Accuver'를 론칭하고, 미국 Agilent(현 Keysight)와 LTE 계측장비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기술 경쟁력을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11월, 방산 기업 LIG넥스원이 자회사로 편입을 완료했습니다. 이것이 회사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K-방산의 핵심 기업인 LIG넥스원이 이 회사를 품에 안으면서, 순수 민간 통신 기업에서 방산 기술과 민간 통신 기술을 융합하는 그룹의 테크 유닛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그리고 2026년 2월, 이노와이어리스는 사명을 'LIG아큐버(LIG Accuver)'로 변경하고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습니다. 새 사명은 모회사 LIG와 해외 판매법인명인 아큐버에서 따왔습니다. 통신 분야를 넘어 기술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무선망 품질 측정
LIG아큐버 무선망 품질 측정


방산 그룹의 든든한 배경, 최대주주와 지분구조

LIG아큐버의 지분 구조를 이해하려면 먼저 LIG그룹을 알아야 합니다. LIG그룹은 2020년 5G 통신장비 전문기업인 이노와이어리스를 인수하여 통신 분야 기술력을 강화했습니다.

최대주주는 LIG넥스원(주)으로, 지분율은 약 40% 이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LIG그룹 전체로 보면 순수지주회사인 ㈜LIG가 그 위에 있고, LIG넥스원이 아큐버의 실질적인 모회사 역할을 합니다.

2026년 4월 기준 LIG아큐버의 총 발행주식 수는 7,603,846주입니다. 비교적 소규모 발행주식 수를 가진 코스닥 상장사로, 주식 유동성이 다소 제한적이라는 점도 투자 시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신임 허순재 대표이사는 2026년 4월 27일과 28일에 걸쳐 장내매수를 통해 총 3,000주를 매수했으며, 취득 단가는 각각 5만1,200원과 4만9,566원이었습니다. 신임 대표가 자기 돈을 들여 시장에서 주식을 매수했다는 사실은 회사 경영진 스스로가 현재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의미 있는 신호입니다.


30년 LG맨에서 AI 통신 기업 대표로, 허순재 대표

기존 곽영수 대표 체제에서 LG전자 출신 허순재 대표를 영입해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허 대표는 30년 이상 LG전자에서 해외영업, 전략기획, 글로벌 판매 법인장을 역임한 전문가로, 올해부터 경영 전면에 나서 사업 영역 확장을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허순재 대표의 영입은 단순한 인사 교체가 아닙니다. 그간 이노와이어리스는 탁월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영업력과 사업 확장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LG전자에서 30년간 글로벌 시장을 뛰어다닌 영업·전략 전문가를 전면에 세운 것은 이제 기술만큼이나 시장 개척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허순재 대표이사는 2026년 3월 26일 등기임원으로 선임됐으며, 취임 이후 한 달 만에 자사 주식을 직접 장내 매수하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새 사령탑의 도전적인 자세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lig아큐버


5G의 통신에서 AI·방산까지, 사업부문 총정리

LIG아큐버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통신 시험·계측 장비 사업입니다. 이 회사의 창립 이래 핵심 먹거리입니다. 이동통신망의 품질을 측정하는 무선망 최적화 장비(OPTis, Remote DM), 기지국과 단말기를 시험하는 계측 장비(AROMA, XCAL 시리즈) 등이 대표 제품입니다. 새로운 주파수가 할당되거나 5G 서비스가 업그레이드될 때 통신사들이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장비들로, 전 세계 통신사업자, 통신장비 제조업체,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스몰셀 사업입니다. 스몰셀(Small Cell)은 소형기지국으로, 건물 내부나 음영 지역에 5G 신호를 공급하는 장치입니다. 이 분야에서도 LIG아큐버는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며, 일본 소프트뱅크 등 해외 통신사에도 공급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KT 해킹 사태 여파로 국내 통신사들의 발주가 일시 둔화되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세 번째는 오토모티브·전장 사업입니다. 자회사 명성라이픽스(차량용 반도체 유통)와 웨이티즈(V2X 차량통신 시험 솔루션)를 통해 빠르게 성장 중인 사업 영역입니다. 명성라이픽스는 연간 매출액 800억~900억원, 영업이익 60억~90억원을 벌어들이는 회사로, 전사 실적 안정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네 번째는 방산 사업입니다. LIG아큐버는 사명 변경과 함께 기존 이동통신 중심의 사업 구조를 AI, 위성통신, 방산, V2X, 모빌리티 등 연결과 이동이 필요한 전 산업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AI 모델 학습용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 비지상망(NTN) 자동화 솔루션, 차세대 차량용 eCall 검증 시스템 등이 주요 추진 과제입니다. 모회사 LIG넥스원과의 협력을 통해 방산 매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매출 비중을 보면, 명성라이픽스 인수 이후 분기 200억 내외의 꾸준한 매출이 발생하며 오토모티브·반도체 유통 부문이 전체 매출의 40~45%를 차지하는 가장 큰 부문이 되었습니다. 나머지는 통신 시험장비와 스몰셀이 절반가량을 나눠 갖고 있으며, 방산은 아직 소규모이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LIG아큐버 주요 사업 분야
LIG아큐버 주요 사업 분야


적자 터널을 지나, 실적 개선의 빛이 보인다

솔직히 LIG아큐버의 최근 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2024년 연간 실적을 보면, 명성라이픽스 인수 효과로 매출액은 전년 대비 38.1% 증가하며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지만, 통신사업 부문 해외 매출 감소 및 고정비 증가로 영업이익은 76.3% 급감했습니다. 매출은 늘었는데 이익은 줄어드는 구조였습니다.

2025년 상황은 더 어려웠습니다.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은 5.3%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115.7% 증가했습니다. 5G 시장 성숙으로 신규 장비 수요가 감소하고 오토모티브 사업 부진이 겹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4분기에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4분기에는 연결 매출액 약 719억원(전년 대비 +23%), 연결 영업이익 약 92억원(전년 대비 +44%)으로 실적이 급격히 호전되며 연간 흑자 기록이 예상됩니다. 스몰셀과 방산 매출이 4분기에 집중적으로 인식된 결과입니다.

2026년 전망은 훨씬 밝습니다. 2026년 이노와이어리스(현 LIG아큐버)의 연결 영업이익은 가파른 증가 양상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력인 일본과 스몰셀 매출이 살아나는 가운데 방산 매출이 가세할 것이고, 마진이 높은 시험장비 매출도 본격 증가 양상을 나타낼 전망이기 때문입니다.

lig아큐버
LIG아큐버 이동통신 부문 현황


6월 미국 주파수 경매, 그것이 핵심 모멘텀이다

LIG아큐버의 주가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미국 주파수 경매입니다.

하나증권 김홍식 연구원은 오는 6월 미국 주파수 경매를 시작으로 신규 주파수 투자와 더불어 신규 단말기 공급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LIG아큐버의 시험장비 매출 급증이 예상된다고 짚었습니다.

왜 미국 주파수 경매가 LIG아큐버에 중요할까요? 새로운 주파수가 할당되면 통신사들은 새 장비를 깔고, 단말기 제조사들은 새 스마트폰을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새 장비와 단말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시험·계측 장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LIG아큐버가 바로 그 시험 장비의 전문 제조업체인 것입니다.

하나증권은 LIG아큐버가 5G 단독모드(SA) 서비스가 본격 확장할 경우 통신장비 대장주로 급부상할 수 있다며 목표가를 8만원으로 33% 상향 조정했습니다.

5G SA(단독모드)가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하자면, 지금 우리가 쓰는 5G는 사실 LTE와 섞어 쓰는 '혼합 모드'입니다. 진짜 5G, 즉 SA 모드가 되면 네트워크 구조가 전면 교체되고, 검증해야 할 장비와 단말기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이것이 통신장비 업체들의 황금기가 열리는 시점입니다.

또한 지난해 해킹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어 국내 통신 3사 및 일본·미국 통신사를 중심으로 2026년 하반기부터 스몰셀 매출액 증가가 예상된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한편 LIG아큐버는 MWC 2026(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에 참가해 5G SA 품질측정 솔루션, NTN(비지상망) 검증 장비, 그리고 AI 기반 네트워크 혁신 솔루션을 전시하며 글로벌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했습니다.


주가와 밸류에이션: 아직도 저렴한가?

2026년 4월 30일 장마감 기준, LIG아큐버의 주가는 5만2,600원을 기록했습니다. 발행 주식 수 약 760만 주를 기준으로 하면 시가총액은 약 4,000억 원 내외에 해당합니다.

주가 흐름을 보면 올해 초만 해도 3만 원 중반대에 머물던 주가가 4월에 급반등하며 5만 원대에 진입했습니다. 특히 4월 21일 하루에만 13.31% 급등하며 주목을 받았는데, 이는 하나증권의 목표주가 상향 보고서가 투자심리를 확 끌어올린 덕분입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표는 PBR(주가순자산비율)입니다. 국내 대표 무선 계측 및 펨토셀 장비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PBR이 약 2배 수준에 불과해 밸류에이션 매력이 뛰어나다는 평가입니다. 이미 유선 장비 업체들의 멀티플이 높아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다는 지적입니다.

현재 컨센서스 목표주가는 8만원으로, 현재 주가 대비 50% 이상의 업사이드 여력이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증권사 추정치이며, 실제 주가는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계측 장비
lig아큐버 계측 장비


투자 아이디어와 리스크: 기회와 위험의 두 얼굴

LIG아큐버에 대한 투자 아이디어를 정리해보겠습니다.

핵심 투자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6월 미국 주파수 경매라는 촉매가 코앞에 있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주파수 투자가 본격화될 것이며, 관련된 신규 단말 출시도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어 2026년부터 본격화되는 시험장비 매출 증가는 202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LIG그룹이라는 든든한 배경입니다. 모회사 LIG넥스원은 K-방산의 핵심 기업으로, 천궁-II 등 정밀 유도무기를 중동에 수출하며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LIG아큐버는 이 그룹 내에서 군 통신망과 민간 5G 기술을 융합하는 테크 유닛으로서의 역할이 점점 커질 것입니다. 방산 매출은 2023년 70억원, 2024년 130억원, 2025년 200억원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셋째, 저평가된 밸류에이션입니다. PBR 약 2배 수준은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는 동종 통신장비 업체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실적이 회복되면 멀티플 재평가(리레이팅)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주의해야 할 리스크도 있습니다.

첫째, 실적 불확실성입니다. 전 사업부문 매출이 4분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불가피한 구조이며, 매출 시점이 어긋나면 연간 실적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둘째, 소규모 시가총액에 따른 변동성입니다. 시총 4000억 원 내외의 시크리컬 중소형주는 뉴스 하나에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특성이 있습니다.

셋째, 글로벌 통신 투자 사이클의 불확실성입니다. 주파수 경매 일정이 지연되거나 통신사들의 설비 투자가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시험장비 수요 회복도 밀릴 수 있습니다.

넷째, 오토모티브 사업의 부진 지속 여부입니다. 자동차 산업 둔화로 인해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약화될 경우 명성라이픽스를 통한 매출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25년간 국내 무선망 시험 장비 시장을 개척해온 LIG아큐버가 방산, AI, 전장이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고 어떤 비행을 보여줄지, 2026년 하반기가 핵심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 특정 주식의 매수 또는 매도를 권유하는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손익은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되며, 주식 투자에는 원금 손실의 위험이 따릅니다. 투자 결정 전에는 반드시 전문 금융 투자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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