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세포를 빛으로 찍는다
2015년, 대전의 KAIST 연구실에서 한 가지 기술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살아있는 세포를 염색하거나 파괴하지 않고, 빛만으로 3차원 입체 영상을 실시간으로 찍을 수 있는 기술이었습니다. 이름은 홀로토모그래피(Holotomography). 마치 병원에서 찍는 CT 스캔과 같은 원리를 레이저로 구현한 것입니다.
이 기술을 만든 사람이 바로 KAIST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입니다. 박용근 교수는 서른 살인 2010년 KAIST 물리학과 교수로 임용되었으며, 연구부터 창업까지 다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그는 이 기초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벤처기업 토모큐브(Tomocube)를 설립해 살아있는 세포를 3차원 입체영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레이저 홀로그래피 현미경을 출시하는 데 성공했고,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 수출을 시작했습니다.
토모큐브는 2015년 생명과학 연구 및 진단 분야의 혁신적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설립되어 2024년 코스닥 시장에 기술성장기업으로 상장하였습니다. 상장 공모가는 9,300원이었으며, 이후 주가는 눈에 띄는 상승 흐름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2024년 한 해에만 KAIST 출신 창업 기업 중 엔젤로보틱스, 토모큐브, 아이빔테크놀로지 등 바이오 및 로봇 분야 스타트업 4개 사가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토모큐브는 그 중에서도 단연 주목받는 딥테크 기업으로 꼽혔습니다.
창업자 교수가 이끈다, 새벽 4시에 출근하는 물리학자
토모큐브의 주요 주주는 박용근 외 5인으로 구성된 그룹이 지분 19.04%를 보유하고 있으며, 인터베스트 외 4인이 12.6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창업자인 박용근 교수가 최대주주로서 회사를 이끄는 구조입니다. 외국인 지분율은 약 4% 수준이며,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들이 나머지 지분을 나누어 보유하고 있습니다.
토모큐브를 이해하려면 박용근 대표이사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는 단순한 기업인이 아니라 현직 KAIST 물리학과 교수이면서 동시에 두 개의 회사를 창업한 연구자입니다.
박 교수의 연구 목표는 홀로그래피 측정과 제어 기술을 통해 세포와 조직을 더 잘 관찰하고, 질병을 더 잘 이해하며, 진단과 치료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그는 X-ray CT의 원리를 레이저 홀로그래피로 구현함으로써, 살아있는 세포를 전 처리 없이 정밀하고 신속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여 상용화했습니다. KAIST 교원 창업기업으로는 토모큐브와 더웨이브톡 두 곳을 설립했습니다.
박 교수는 "연구가 즐겁다"며 보다 많은 연구를 하기 위해 새벽 시간 연구실을 찾는다고 밝혔습니다. 과학의 목적은 응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1~2년 안에 응용이 가능한 연구라면 좋겠지만 10년이 걸린다 해도 실생활에 영향을 주는 기술이라면 개발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KAIST가 선정하는 '올해의 KAIST인'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2022년에는 과기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학계와 산업계 양쪽에서 모두 인정받는 인물입니다. 주주서한에서도 직접 회사의 비전과 실적, 한계를 솔직하게 공유하는 스타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신뢰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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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근 토모큐브 대표 |
세포도 보고 반도체도 본다
토모큐브의 사업은 크게 두 개 축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Life Science 사업부입니다. 이 사업부의 핵심은 홀로토모그래피 장비인 HT 시리즈입니다. 기존 현미경은 세포를 관찰하려면 반드시 형광 물질로 염색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염색 과정에서 세포가 죽거나 변형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특히 나중에 다시 체내에 주입해야 하는 면역세포나 줄기세포는 염색이 아예 불가능합니다. 토모큐브는 어떠한 처리 없이 살아있는 세포를 3차원으로, 정량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며, 이는 세포의 분석 방식 자체를 바꾸는 변화로 2차원 X-ray가 CT로 진화한 것과 같은 전환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주력 제품으로는 고성능 연구용 장비인 HT-X1, 보급형 소형 모델인 HT-X1 mini, 그리고 2026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차세대 대형 오가노이드 분석 장비 HT-X1 Max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2024년 신설된 Precision 사업부입니다. 이 사업부는 토모큐브가 생명과학을 넘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으로 확장하기 위한 핵심 성장축입니다. 세포를 보던 3D 이미징 기술을 반도체 웨이퍼와 유리기판 내부 구조 분석에 적용하는 것으로, 현재 TGV(유리관통전극) 비파괴 3D 검사, 하이브리드 본딩 분석, AR/VR 광학소자, OLED/microLED 검사 등 다양한 응용 분야로 확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토모큐브는 홀로토모그래피가 유리기판 내 미세 결함을 360도로 세세히 포착해 신뢰성과 수율을 높이는 비파괴 검사 방식이라고 설명합니다. 기존 2D 방식으로는 결함의 5%만 확인할 수 있는 반면, 3D로 검사해야 나머지 95% 결함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2025년 기준 매출 비중을 보면, Life Science 사업부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해외 매출 비중은 75.9%로, 전년도의 42.4%에서 크게 확대되었으며 미국 자회사가 약 40억 원의 매출과 함께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독일 자회사는 설립 첫 해에 8.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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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X1 장비로 촬영한 오가노이드 3차원 이미지 |
작지만 단단한 성장
토모큐브의 실적을 살펴보면 아직 적자 기업이지만, 그 흐름이 의미 있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2024년 연간 매출은 59억 원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여기서 2025년으로 넘어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113억 원, 영업손실은 56억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의미있는 개선을 이루었습니다. 매출은 약 90% 성장했고, 영업손실은 32억 원 축소되었습니다. 매출총이익률(GPM)은 65.8%로 전년 대비 5.4%p 개선되었으며, 보유 현금 및 금융자산은 287억 원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습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은 분기 흑자 전환입니다. 2025년 4분기에 매출 50억 원, 영업이익 4억 원이라는 숫자로 분기 기준 첫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숫자는 작지만, 사업 모델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임을 처음으로 증명한 이정표입니다.
2026년 연간 전망은 보다 긍정적입니다. 키움증권은 2026년 연간 매출액 223억 원, 영업이익 12억 원으로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밝혔으며, 2026년부터 산업용 수주 계약 체결과 함께 실적 개선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토모큐브는 2026년 연간 흑자 달성을 핵심 경영 목표로 설정하고 있으며, 대표이사는 2025년 4분기 실적을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400년 만의 현미경 혁신, 규제도 바꾸고 있다
토모큐브를 둘러싼 외부 환경은 지금 이 회사에게 매우 유리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가장 큰 사건은 미국의 FDA 현대화법 3.0입니다. 2025년 12월 FDA 현대화법 3.0이 미국 상원을 통과했습니다. 이 법은 80년 이상 유지되어온 동물실험 중심 규제를 대체하고, 오가노이드와 같은 새로운 접근 방법론(NAMs)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역사적인 전환입니다. 오가노이드를 살아있는 상태로 비파괴 방식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은 사실상 홀로토모그래피가 유일하다는 점에서 토모큐브에게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됩니다.
두 번째는 반도체 유리기판 관련 모멘텀입니다. 토모큐브는 홀로토모그래피가 유리기판 상용화를 위한 핵심 솔루션이라고 제시했으며, TGV 공정을 거친 유리기판에 가시광을 투과해 결함을 360도로 검사하는 방식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토모큐브는 복수의 글로벌 기업들과 유리기판 관련 홀로토모그래피 검사장비 HT-T1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올해 고객사의 평가를 본격화할 예정입니다.
세 번째는 글로벌 기관과의 협력 확대입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가 주도하는 HTAN(Human Tumor Atlas Network) 프로젝트에서 토모큐브 장비가 핵심 측정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미국 정부기관의 오가노이드 공동 연구 프로젝트에도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측면에서는 HT-X1 mini의 연간 판매 효과와 HT-X1 Max의 연내 상용화 준비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이 장비는 두꺼운 오가노이드를 염색이나 파괴 없이 측정할 수 있으며, AI 기반 분석 기능을 함께 제공하는 차세대 플랫폼입니다.
상장 후 4배 뛴 주가, 지금은 어디에 있나
토모큐브의 주가 흐름은 그야말로 극적입니다. 2024년 11월 7일 코스닥에 상장한 이후 주가가 약 300% 상승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공모가 9,300원에서 출발해 2025년 하반기에는 62,700원이라는 고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2025년 12월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6,501억 원 수준이었으며, 52주 최고/최저가는 62,700원과 13,660원이었습니다.
2026년 들어 주가는 조정을 받으며 변동성이 확대되었습니다. 2026년 1분기 실적 발표 직전 20일 동안 기관투자자들은 30만 주를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은 35만 주를 순매수했습니다. 이 기간 주가는 70.6% 상승했습니다. 이후 1분기 실적 쇼크로 주가가 일부 되돌림을 받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키움증권은 목표주가 8만 원을 제시하며 2026년 2월 기준 주가 55,200원 대비 44.9%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목표가 산정 기준은 2028년 예상 EPS 2,491원에 목표 PER 35배를 적용한 것입니다.
현재 토모큐브의 밸류에이션은 전통적인 PER로 산정하기 어렵습니다. 아직 연간 기준 적자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PBR과 미래 실적 기반 목표주가로 평가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매출 대비 약 46% 수준의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해온 점, 90건 이상의 특허를 축적한 점 등 기술 경쟁력은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기술
토모큐브에 대한 투자 아이디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천기술의 독점성입니다. 대형 오가노이드 시료를 시료 손상 없이 내부까지 정밀 분석할 수 있는 장비는 현재 토모큐브가 유일하다는 점이 강력한 투자 포인트입니다.
둘째, 비임상 패러다임 전환의 직접 수혜자입니다. 동물실험을 줄이고 오가노이드 기반 분석으로 이동하는 글로벌 규제 변화는 수년에 걸쳐 진행될 구조적인 흐름이며, 토모큐브는 그 인프라 공급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셋째, Life Science에서 반도체·산업용으로 사업 영역이 넓어지는 확장성입니다. 세포를 보던 기술로 유리기판을 검사한다는 것은 단순한 다각화가 아니라 동일 기술의 응용 범위 확장을 의미합니다. 향후 반도체 Precision 사업부에서 대형 수주가 나올 경우 실적의 급격한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넷째, 보유 현금의 안정성입니다. 2025년 말 기준 보유 현금 및 금융자산이 287억 원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당장 자금 조달 부담 없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여력이 있습니다.
반면, 반드시 인식해야 할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매출 성장이 확실한 가시성을 갖추기 전까지는 적자가 지속된다는 점이 가장 큰 위험 요인입니다. 2026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하는 등 분기별 실적 변동성이 매우 크다는 점은 단기 투자자에게 불안 요소가 됩니다.
Precision 사업부의 반도체 관련 수주가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흑자 전환 시기가 미뤄질 수 있습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은 의사결정이 느린 시장으로, 한번 채택되면 장기간 파급력을 가지지만 진입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 바이오 이미징 시장에서 대형 기업들이 유사 기술을 개발하거나 인수할 가능성도 항상 존재합니다. 경쟁사의 진입은 토모큐브의 독점적 지위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매출의 75%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만큼, 환율 변동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입니다.
400년의 현미경 역사를 바꾸는 회사
토모큐브는 KAIST 물리학 교수가 직접 창업한, 세계 유일의 홀로토모그래피 기술을 보유한 딥테크 기업입니다. 살아있는 세포를 손상 없이 3D로 분석하는 이 기술은 이제 신약 개발의 새로운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으며, 반도체 유리기판 검사 시장이라는 또 다른 거대한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2025년 분기 흑자 전환으로 사업 모델의 수익성을 처음 증명했고, 2026년 연간 흑자 전환이라는 중요한 변곡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분기 실적 변동성도 크지만, 핵심 기술의 독점성과 규제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구조적 흐름은 이 회사를 중장기 관점에서 주목하게 만드는 이유가 됩니다.
* 본 글은 투자 참고용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 또는 매도를 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투자 결정은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하며, 투자 원금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주식 투자 전에는 반드시 충분한 정보 수집과 신중한 검토를 거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