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I메탈, 전력 슈퍼사이클의 숨겨진 병목 수혜주, 전선부터 변압기까지

1. 전선 소재 시장 37년의 역사, "갑을"의 피를 이어받은 기업

KBI메탈의 뿌리는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구 서문시장의 포목상으로 출발해 거대 섬유그룹 '갑을'을 일궈낸 고(故) 박재을 회장이 1987년 갑을그룹에서 독립해 '갑을상사그룹'을 출범시킨 것이 시작입니다. 이 그룹의 핵심 소재 계열사가 바로 지금의 KBI메탈로, 당시 이름은 '갑을메탈'이었습니다.

동사는 1987년 모터와 트랜스포머 코어 생산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으며, 1994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비철금속 제조업체입니다. 출범 초기에는 자동차 전장 부품과 철금속 가공 위주였으나, 이후 전선 제조용 구리 소재(동로드) 사업으로 주력을 전환하며 국내 전선소재 시장의 핵심 공급자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룹명 KBI는 "Korean Business Innovator"의 약자로,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2019년 그룹 브랜드를 갑을상사그룹에서 KBI그룹으로 전환하면서 회사 이름도 갑을메탈에서 KBI메탈로 바뀌었습니다. 70여 년의 그룹 역사와 함께, KBI메탈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SCR(Southwire Continuous Rod)과 JCR(Japan Continuous Rod) 두 가지 방식의 구리 연속 주조 생산라인을 모두 갖춘 전선용 동선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kbi메탈


2. "아름다운 형제 승계"의 주인공 

KBI메탈의 지분 구조는 KBI그룹의 형제 경영 문화를 그대로 반영합니다.

최대주주는 KBI텍(12.46%)이며, 특수관계인인 KBI국인산업(11.90%), KBI동국실업(7.31%), KBI건설(0.23%)을 합산하면 지배 지분은 약 32.2%에 달합니다. 이 지분 구조의 뒤에는 박재을 창업주의 세 아들이 있습니다.

KBI그룹은 대구 서문시장에서 포목상으로 활동하던 고 박재갑·박재을 형제가 1956년 공동 설립한 신한견직이 모태입니다. 창업주의 후손인 장남 박유상 고문, 차남 박효상 前회장, 삼남 박한상 현 회장이 그룹을 공동으로 소유하며 이끌어 왔습니다.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KBI국인산업은 장남 박유상 고문이 44%를, 차남 박효상 회장과 삼남 박한상 부회장이 각각 28%씩 소유하는 구조로, 형제간 '황금 분할' 방식으로 공평하게 지분을 나눠온 것이 특징입니다.

2026년 3월을 기점으로 차남 박효상 회장이 물러나고 삼남 박한상 회장이 KBI그룹 수장이 되었으며, KBI메탈의 외국인 지분율은 약 5% 수준으로 비교적 낮습니다.


3. 에너지 사업까지 넘보는 새 사령관, 박한상 회장

2026년 3월 차남 박효상 KBI그룹 회장이 3남 박한상 회장에게 경영권을 이양하며 세대교체가 진행 중입니다.

박한상 신임 회장은 KBI그룹 창업주 고 박재을 회장의 삼남으로, 오랫동안 KBI건설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그룹의 건설·전선·소재 부문을 총괄해 왔습니다. 1990년부터 KBI건설 대표이사로 근무하며 토목, 건축, 환경 분야에 기여하였고, 중소건설해외진출협의회 회장으로서 한국 건설업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도 했습니다.

경영 스타일과 관련해 주목할 것은 그가 ESG 경영에도 적극적이라는 점입니다. 박한상 부회장은 정무학술장학재단 설립을 통한 장학금 수여, 라오스 지역 국제 사회공헌 활동, 갑을의료재단 산하 병원의 지역주민 건강지킴이 활동 등 그룹의 다양한 ESG 활동을 이끌어온 공로를 인정받아 2024년 대한민국공공성실천대상 ESG경영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박한상 회장은 미국 BESS(배터리 에너지 저장장치) 사업을 직접 주도하고 있어 그룹의 에너지 사업 확장에 적극적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재계에서는 그를 'KBI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직접 설계하는 오너'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kbi메탈 박한상


4. 전선 소재부터 변압기까지 

KBI메탈의 사업은 크게 세 축으로 나뉩니다.

첫째, 전선소재(동선) 사업이 매출의 핵심을 차지합니다. 회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SCR 방식과 JCR 방식 두 가지 생산라인을 모두 보유하고 있으며, 전선용 동선 시장에서 약 45%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구리 원재료를 공급받아 전선 제조용 동로드(Copper Rod)로 가공해 LS전선, 대한전선, 가온전선 등 주요 전선 업체들에 납품합니다. 매출 규모상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둘째, 자동차 전장 부품 사업입니다. 대구 공장을 중심으로 자동차용 전장 부품을 생산하며, 국내외 자동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납품합니다.

셋째, 2026년 4월 신규 편입된 변압기 사업입니다. KBI메탈은 변압기 제조업체 원영하이텍을 103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원영하이텍은 연내 한국전력공사 벤더 등록과 미국 UL 인증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이번 변압기 사업 편입으로 KBI메탈은 구리 원재료를 직접 가공해 전선용 소재를 만들고, 그 재료로 변압기까지 생산하는 '소재-부품 수직계열화' 체계를 갖추게 됩니다. 박한상 KBI그룹 회장은 원영하이텍 인수가 미국과 유럽의 폭발적인 변압기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5. 숫자가 말해주는 성장 스토리 

KBI메탈의 재무 성적표는 최근 빠르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2025년(FY2025)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43억4486만원으로 전년 대비 39.1%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585억6654만원으로 7.9% 늘어났으며, 당기순이익은 23억3820만원으로 42.6% 증가했습니다.

이를 3년 흐름으로 보면 더 극적입니다. 영업이익률(OPM)이 FY2023 1.1%에서 FY2025 3.2%로 빠르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외형 성장이 아니라 내실 있는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흐름이 가능한 이유는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현대화 수요로 인한 전선 수요 급증, 그리고 구리 가격 상승에 따른 가공 마진 확대 덕분입니다.

2026년 이후 전망은 어떨까요? 한 애널리스트 보고서에서는 FY2026 예상 매출 8,300억원, 영업이익률 3.7%, 순이익 80억원을 전망했습니다. 변압기 자회사(원영하이텍) 인수 효과가 하반기부터 연결 실적에 포함되고, 미국 BESS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수혜가 가시화되면 실적 추정치가 추가로 상향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구조적 약점은 순이익이 영업이익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점인데, 영업이익 243억 대비 금융비용이 2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어 순이익이 손익분기점(BEP)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는 구리 매입에 필요한 운전자본이 크고, 그로 인한 차입금이 구조적으로 높기 때문입니다.

kbi메탈


6. 요즘 KBI메탈에 무슨 일이? 

2026년 들어 KBI메탈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크게 세 가지 흐름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미국 BESS 사업 진출] KBI그룹은 미국 델라웨어에 'KBI 에너지 아메리카 LLC'를 설립하고 한국남부발전, 알파자산운용과 함께 약 1억2000만달러 규모의 200MWh급 BESS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텍사스주에 대규모 에너지 저장시설을 설치·운영하는 이 프로젝트는 구글과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IT·제조 기업의 데이터센터가 주요 전력 수요처로 꼽힙니다. KBI메탈은 이 프로젝트의 구리·알루미늄 합금 소재 공급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변압기 회사 원영하이텍 인수] 전 세계 변압기 시장은 2025년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약 10% 성장할 전망이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확대되고, 신재생에너지 및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늘면서 고사양 변압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전환사채(CB) 물량 출회] 2024년 6월 발행된 200억원 규모의 4회차 전환사채에서 전환청구권 행사가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 누적 전환 물량이 발행주식 대비 약 6.8%에 달했습니다. 전환 가능한 잔여 물량도 상당히 남아 있어 단기 수급 측면에서 주가 상승의 제약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7. 주가는 어디쯤 와 있을까? 

KBI메탈의 주가는 2026년 들어 상당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6년 4월 29일 기준 주가는 전일 대비 약 30% 급등한 3,925원에 거래되었습니다. 이는 BESS 사업 모멘텀과 변압기 인수 공시가 맞물리며 매수세가 집중된 결과입니다.

다만 같은 날 공시된 CB 전환청구권 행사로 약 200만 주가 추가 발행될 예정이어서, 상승세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불확실합니다. 한 분석 기준(2026년 4월 15일)에서 목표주가 3,800원, 현재 시가총액 922억원 수준에 대해 Buy 의견이 제시된 바 있습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보면, 매출 7,500억원 이상의 기업이 시가총액 900억~1,300억원대에 머물고 있는 것은 PSR(주가매출액비율) 기준으로 0.1~0.2배 수준으로, 극도로 저평가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구리 원재료를 매입·가공하는 특성상 매출 규모 대비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를 반영한 것입니다. 

실질적인 가치 판단은 PBR(주가순자산비율)과 EV/EBITDA 기준이 더 적합합니다. 현재 PBR은 1배 수준 내외로, 수익성 개선이 지속된다면 리레이팅 여지가 있다는 게 시장의 기대입니다.

kbi메탈


8. 사야 할까, 기다려야 할까? 

[투자 아이디어]

첫째, '구리 슈퍼사이클'의 병목 지점을 장악한 기업이라는 점입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현대화, 전기차 인프라 확충 등 모든 전력 관련 투자는 결국 구리 수요 증가로 이어집니다. 국내 전선용 동선 시장에서 45% 점유율을 보유한 국내 유일의 SCR/JCR 듀얼라인 제조사로서 이 수요를 정면으로 흡수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둘째, 미국 BESS 사업과 변압기 인수라는 두 가지 신규 사업 모멘텀이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KBI메탈은 기존 전선소재 사업과 변압기 제조를 연결하는 소재-부품 수직계열화 체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으로, 단순 소재 기업을 넘어 전력 인프라 부품 기업으로 도약할 발판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셋째, 수익성 인플렉션이 이미 확인됐습니다. OPM 3% 수준으로의 개선은 소재 산업 특성상 작은 숫자처럼 보이지만, 고정비 커버 이후 추가 매출은 대부분 영업이익으로 전환되는 레버리지 효과가 있습니다.

[핵심 리스크]

첫째, 전환사채(CB) 물량 출회 부담이 가장 큰 단기 리스크입니다. 현재 미전환 잔액이 183억원을 웃돌며, 전환 가능한 주식 수는 약 804만 주로 주식 희석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주가가 오를수록 CB 투자자들의 전환 유인이 높아져 물량이 쏟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둘째, 부채비율 175.6%와 금융비용 부담입니다. 구리 원재료 가격이 급락하거나 매입 대금 결제가 집중되면 재무 부담이 단기간에 급격히 확대될 수 있습니다.

셋째, 구리 가격 하락 리스크입니다. KBI메탈은 구리 가격 변동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기업입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나 중국 수요 둔화로 구리 가격이 급락하면 재고 평가손 발생과 함께 이익 훼손이 불가피합니다.

넷째, 변압기 자회사인 원영하이텍이 아직 한국전력 벤더 등록과 미국 UL 인증을 취득하지 못한 초기 단계라는 점도 위험 요인입니다. 인증 획득 지연이나 사업 시너지 실현 실패 시 기대 이익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본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기업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분석 글입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으며, 모든 투자 결정은 투자자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권유가 아님을 명시합니다.

다음 이전

ads

a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