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이제 더 작은 회로를 새기는 것만으로는 성능을 올리기 어려운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개념이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 즉 여러 칩을 하나의 기판 위에 얼마나 촘촘하고 정밀하게 쌓느냐의 문제입니다. 기존 기판은 플라스틱(에폭시 수지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크기가 커질수록 휘어지고, 열을 받으면 변형이 생기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습니다.
유리기판은 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합니다. 유리는 딱딱해서 휘어지지 않고, 열에 강하고, 표면이 매끄러워 훨씬 가는 회로선을 그릴 수 있습니다. 유기기판 대비 데이터 처리량은 약 8배, 전력 소비는 절반 수준이라는 수치가 나올 정도로 성능 차이가 큽니다. 인텔이 10억 달러 투자를 선언하고, 삼성·SK·LG가 일제히 뛰어든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유리기판의 공정 프로세스
1단계 — 유리 원판 준비 (Glass Core)
모든 것의 출발점입니다. 반도체용 유리 기판에는 일반 창문 유리를 쓰지 않습니다. 코닝, 쇼트, NEG, AGC 같은 전문 유리 소재 기업들이 생산하는 붕규산 유리 등 열팽창계수(CTE)가 극히 낮고 표면 평탄도가 뛰어난 특수 유리 원판을 사용합니다. 두께는 수백 마이크로미터(μm) 수준의 얇은 판입니다.
2단계 — TGV 레이저 홀 가공 (Through Glass Via)
유리기판 전체 공정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공정입니다. TGV는 '유리를 관통하는 전극 통로'라는 뜻입니다. 유리 위아래로 전기 신호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아주 미세한 구멍(홀)을 뚫는 과정입니다. 레이저와 식각 공정으로 유리기판에 미세 구멍을 형성하는 이 과정은 유리기판 제조 중 가장 난도가 높은 공정으로 꼽히며, 구멍이 원에 가까울수록 후속 공정인 구리 도금이 쉽고 기판 성능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홀 지름은 수십 마이크로미터(30μm 이하)까지 구현해야 합니다.
3단계 — 습식 식각 (Wet Etching)
레이저만으로 뚫은 홀은 내부가 거칠고 미세 균열이 생길 수 있습니다. 레이저로 타깃 지점의 식각 선택비를 높인 다음 강산이나 강알칼리에 담궈 홀을 매끄럽게 다듬는 방식이 현재 업계의 주된 TGV 공정 흐름입니다. 이 과정에서 홀 내부 크랙이나 보이드(빈 공간)를 없애는 것이 수율 관리의 핵심입니다.
4단계 — 메탈라이징 / 씨드층 형성 (Metallization / Seed Layer)
구리 도금을 하려면 먼저 유리 표면에 전기가 통할 수 있는 얇은 금속 씨드층이 필요합니다. 유리기판 제조는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기 위한 구멍을 뚫는 TGV 공정과 기초 회로층을 증착하는 PVD 공정으로 구성됩니다. PVD(물리기상증착)나 스퍼터링 장비를 이용해 유리 표면과 홀 내부에 얇은 구리 또는 티타늄-구리 합금 층을 얹습니다. 유리와 금속의 밀착력이 약하다는 특성 때문에 소재와 공정 조건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5단계 — 구리 도금 (Cu Electroplating)
씨드층을 기반으로 전해 도금 방식으로 TGV 홀 안을 구리로 꽉 채웁니다. 양산 단계에서는 단시간 내 기판 전체 비아 홀 내부에 최적의 도금 상태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자 품질과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홀 내부에 빈 공간(보이드)이 생기거나 구리와 유리 사이 접착력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기술적 난제입니다.
6단계 — CMP / 연마 (Chemical Mechanical Polishing)
도금 후 기판 표면에는 불필요하게 쌓인 구리가 있습니다. 화학적기계연마(CMP) 공정으로 표면을 완벽하게 평탄화하고 과잉 구리를 제거합니다. 반도체 전공정에서도 사용하는 정밀 연마 기술이 여기 적용됩니다.
7단계 — 빌드업 회로층 형성 (Build-up Layer)
유리 코어(Glass Core) 위에 실제 반도체 회로 배선을 만드는 단계입니다. 유리기판 제조 공정은 크게 Glass Core 형성과 Build-up 과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ABF(아지노모토 빌드업 필름)를 여러 층 적층하고, DI(Direct Imaging) 노광 장비로 회로 패턴을 형성한 뒤, 레이저 드릴링으로 층간 연결 홀을 추가 가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유리 기판이 열적·물리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깨지지 않도록 강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8단계 — 검사 및 싱귤레이션 (Inspection & Singulation)
완성된 기판을 광학 자동검사(AOI), X선 검사 등으로 불량을 골라낸 뒤, 레이저로 대면적 원판을 개별 기판 단위로 잘라냅니다. 싱귤레이션 장비는 유리기판을 칩 단위로 자르는 장비로, Glass Core에 충격을 최소화한 채 개별로 잘라야 하기 때문에 높은 기술력을 요구받습니다. 유리는 충격에 약하므로 일반 다이아몬드 블레이드 절단이 아닌 정밀 레이저 절단이 필수입니다.
유리기판 공정별 수혜주
기판 양산사
SKC
SKC는 자회사 앱솔릭스(Absolics)를 통해 국내에서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앱솔릭스는 AMD,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시제품을 공급하며 인증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미국 조지아주에 세계 최초 유리기판 양산 공장을 건설했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다만 전기차 동박 사업 부진으로 적자가 지속 중이어서 유리기판 매출 현실화가 주가 반전의 핵심 변수입니다.
삼성전기
삼성전기는 세종사업장에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글로벌 고객사에 시제품을 공급 중입니다. 삼성전기는 일본 스미토모화학과 유리기판 핵심 소재인 글라스 코어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도 추진 중이며, 2027~2028년 본격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LG이노텍도 같은 시기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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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사
필옵틱스
필옵틱스는 증권사들이 유리기판 분야 최선호주로 자주 언급하는 기업입니다. 필옵틱스는 반도체 유리기판 가공에서 TGV 장비뿐 아니라 마스크 없이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DI 노광기, 미세 홀을 가공하는 레이저 ABF 드릴링, 유리기판을 개별 유닛으로 분리하는 싱귤레이션 장비까지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 고객사의 요청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공정 전반에 걸쳐 장비를 납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일 공정에만 집중하는 경쟁사보다 유리합니다.
이오테크닉스
이오테크닉스는 레이저 응용 장비 전문사로 TGV 홀 가공 및 싱귤레이션 분야에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레이저앱스는 TGV 형성과 유리 절단에서 독자 기술을 개발 중인 신흥 기업이고, 제이앤티씨는 대면적 TGV 유리기판의 자체 제조를 추진하며 독특한 수직 계열화 모델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소재사
와이씨켐
와이씨켐은 유리기판 전용 핵심 소재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와이씨켐은 유리기판 전용 글래스 코팅제 및 박리제 등을 개발하며 소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양산이 시작될수록 꾸준한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반도체 유리기판용 포토레지스트 양산 평가를 통과하고 고객사 공급을 개시했다는 점이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소재주는 장비주보다 주목도가 낮지만, 양산이 시작되면 반복 구매가 이루어지는 구조여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됩니다.
와이엠티
TGV 홀을 구리로 채우는 도금 약품과 외주 도금 서비스를 동시에 보유한 국내 유일의 수직 계열화 구조로, 유리기판 양산이 시작되면 소모성 약품의 반복 구매 수요가 직접 매출로 연결됩니다.
켐트로닉스
켐트로닉스는 유리기판 표면 처리와 연관된 화학 소재 분야에서 포지션을 잡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유리 원장 식각으로 수십 년간 쌓은 유리 가공·습식 식각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TGV 핵심 공정인 홀 내부 평탄화와 파티클 제거를 수행할 수 있어, 삼성전기 등 주요 유리기판 양산사의 핵심 공정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검사장비사
HB테크놀러지
HB테크놀러지는 SKC 앱솔릭스에 유리기판 검사 장비를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실질적인 레퍼런스를 확보했습니다. 기가비스는 TGV 검사 솔루션을 선제적으로 개발하며 유리기판 전문 검사장비사로 자리매김 중입니다. 인텍플러스는 인텔과 유리기판 검사장비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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